무엇을 고장 나게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만 그걸 고치지 못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그때 배웠다.
아빠와 나는 집까지 가는 3킬로미터 정도 되는 길을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습관을 오래전부터 지켜오고 있었다. 조용히 함께하는 것이야말로 북유럽의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하는 일이고, 아마도 제일 잘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아이들 특유의 자기 중심적인 세계관을 가졌던 나는 내가 한 행동이나 말 때문에 엄마가 화가 난 것이라고 확신했다. 나는 속으로 앞으로는 말을 더 조심하자고 맹세하곤 했다.
엄마는 셔츠에 단추를 달 때 그 단추의 사용빈도에 따라 얼마나 튼튼하게 혹은 느슨하게 바느질해야 하는지를 알았다.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어른들 사이에서 자라나면 그 사람들이 어쩌다 하는 말은 지울 수 없는 기억이 된다.
너무도 대조적인 두 분야를 비교해보면 내가 어느 쪽에 더 가까운 사람인지가 한층 분명해졌다.
진액 한 방울을 흘릴 때마다 씨앗 하나가 열리지 못하고, 가시 하나를 만들 때마다 이파리 하나를 만들지 못한다.
과학은 나에게 모든 것이 처음 추측하는 것보다 복잡하다는 것, 그리고 무언가 발견하는 데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인생을 위한 레시피라는 것을 가르쳐줬다. 과학은 또 한때 벌어졌거나 존재했지만 이제 존재하지 않는 모든 중요한 것을 주의 깊게 적어두는 것이야말로 망각에 대한 유일한 방어라는 것도 가르쳐줬다.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에서 나오는 깊고 단순한 행복감이 찾아왔다.